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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하고 통합하고 해석하고…대변혁 부른 데이터, 인공지능으로 간다

186호 (2015년 10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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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섭

Article at a Glance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심은 데이터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유전 정보 분석 기술, 클라우드 시스템의 발전으로 다양한 헬스케어 빅데이터의 축적과 이용이 가능해졌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데이터의 흐름에 따라 다음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데이터 측정하기(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인 유전 정보 분석)

2단계: 데이터 통합하기(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클라우드 인프라)

3단계: 데이터 해석하기(병원과 의사, 인공지능)

 

현재 헬스케어 산업은 변혁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거대한 쓰나미와 같이 우리를 덮치고 있다. 이제 눈앞의 큰 파도를 피하거나 부인할 수는 없다. 이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다. 의료와 헬스케어 분야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이 변혁의 시발점은 다름 아닌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다. 소위디지털 헬스케어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분야는 기존 헬스케어 및 의료 기술이 눈부시게 성장한 디지털 기술과 융합되면서 태동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혁신에 따라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기술과 서비스들이 이미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미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다. 그리고 제약회사, 병원 등 기존 헬스케어 기업이 아니라 애플, 구글, IBM, 삼성,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샤오미 등의 IT 기업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 중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헬스케어를 꼽지 않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

 

관련 스타트업 업계의 성장도 눈부시다. 특히 2014년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기록적인 해였다. 실리콘밸리의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엑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이자 리서치 회사인 락헬스(Rock Health)에 따르면 2014년 미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약 41억 달러였다. 이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투자 규모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였을 뿐만 아니라 2013년과 비교했을 때 125% 증가한 것이었다. 또한 올해 상반기까지의 월별 누적 투자 규모도 2014년과 대등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3D프린터, 클라우드 컴퓨팅, 증강 현실 등의 디지털 기술 혁신들은 모두 하나같이 헬스케어에 접목돼 기존 건강 관리와 질병 진단, 치료의 판도를 뒤집어 놓고 있다. 스마트폰이 출시된 이후 몇 년 지나지 않아 우리의 일상생활이 극적으로 뒤바뀌었듯이 그 다음 순서는 헬스케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의 골든 타임을 지나고 있다. 이 변화의 시기는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 변화를 우리는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 또한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숙제와 이슈들은 무엇인지를 포괄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데이터, 데이터, 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한 가지만 꼽으라면 무엇을 골라야 할까? 이론의 여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다름 아닌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데이터는 새로운 재화이자, 새로운 권력이며, 새로운 경쟁 우위의 요소가 될 것이다. 재무 분야에서현금이 왕이다(Cash is King)’라는 말이 있듯이 새로운 헬스케어 시대에서는데이터가 왕이다(Data is King)’라고 감히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모두 데이터와 관련이 있다. 예전에는 의미 없이 버려졌던 헬스케어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게끔 만들며 그 데이터의 양과 질 모두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된다. 또한 그러한 헬스케어 데이터를 공유, 전송, 저장할 수 있게 하며, 이를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게 해주기도 한다. 이런 모든 과정은 새로운 시대의 헬스케어와 의료를 열어주는 근간이 된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흐름에 따라 다음과 같은 총 세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를디지털 헬스케어 구현의 3단계라고 부른다.

 

1단계: 데이터를 측정하기 (measurement)

2단계: 데이터를 통합하기 (integration)

3단계: 데이터를 해석하기 (interpretation)

 

먼저 데이터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대표적으로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인 유전정보 분석 기술 등이 사용될 수 있다. 이렇게 얻은 단편적인 데이터는 헬스케어 플랫폼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통합되고 저장됨으로써 해당 사용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이렇게 통합적인 개인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는 의사와 병원 등 기존 시스템의 새로운 역할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결국 인공지능의 힘도 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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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1. 스마트폰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의 가장 핵심적인 도구를 하나만 꼽는다면 단연 스마트폰이 될 것이다. 평소에 자각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이미 그 자체로 고도의 연산 능력과 저장 및 통신 기능을 지닌 컴퓨터다. 최신 스마트폰은 초창기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연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은 수많은 센서를 지닌 인터렉티브 기기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에 내장돼 있는 카메라, 마이크, 터치 스크린, 가속도계, 자이로미터 등의 다양한 센서들은 모두 헬스케어 및 의료 분야에서 사용자의 데이터를 측정하기 위해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아마 스티브 잡스도 이런 활용까지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 같다. 스마트폰의 연산 능력과 센서를 활용해서 이제 우리를 진찰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전도사이자 <청진기가 사라진다>의 저자 에릭 토폴(Eric Topol) 박사는 2015 1 <월스트리트저널>이제 스마트폰이 당신을 진찰한다(Your smartphone will see you now)’ 는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특수한 렌즈를 달면 귓속 고막의 염증 여부를 검사하는 검이경이 되기도 하고(CellScope, 그림 1), 병원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환자의 눈을 들여다보는 백내장 검사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PEEK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입속에 암이 있는지 검사할 수 있으며(스탠퍼드대의 OScan), 피부의 점을 사진으로 찍은 후 피부암 여부를 검사해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마이크를 이용하면 디지털 청진기를 만들 수 있으며(iStethoscope), 숨을 불어 넣어서 폐활량이나 폐질환 여부를 검사할 수도 있다(SpiroSmart). 더 나아가서는 마이크에 녹음된 우리 목소리에서 감정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기쁜지, 슬픈지, 우울한지를 파악해주기도 한다(Moodies).

 

스마트폰의 가속도계와 자이로미터는 우리가 걸을 때마다 걸음 수 및 활동량을 측정해주기도 하며(Withings, Noom 등 다수), 잠자리에 들 때 침대 위에 스마트폰을 놓아두면 뒤척임을 인식해 수면 사이클을 계산해주기도 한다(Sleep Cycle).

 

더 나아가 스마트폰에 간단한 기기를 연동하면 체온계(Kinsa),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계(Breathalyzer), 혈압계(Withings), 혈당 측정기(iBGStar) 및 심전도 측정계(AliveCor)까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이렇게 사용자들의 건강 및 의료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질병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을 위한 데이터를 측정할 수도 있다. 애플은 2015 3월 리서치키트(ResearchKit)라고 하는 아이폰 기반의 연구 플랫폼을 내놓았다. 리서치키트는 아이폰에 내장된 각종 센서를 이용해서 일반 아이폰 유저들이 의학 연구자들에게 자신의 데이터를 측정 및 전송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 연구자들에게 사용자들은 마이크로 녹음한 목소리의 떨림 정도나 스크린을 터치해 측정한 손가락의 움직임 등을 전송할 수 있는 것이다.

 

충분한 수의 임상 연구 참여자의 확보가 어렵다는 점은 기존 의학 연구에서 큰 장애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아이폰의 센서를 활용해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면 임상 연구 참여에 대한 시간적, 물리적 제약이 사라지게 된다. 리서치키트는 초기에 발표한 유방암, 당뇨병, 심장질환, 천식, 파킨슨병 등 5개 질환에 대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가입자를 단기간에 확보하며 의학 연구까지 바꿔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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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웨어러블 디바이스

몸에 착용하는 기기인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컴퓨터의 새로운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유형의 웨어러블 기기가 이미 구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유형의 기기들이 출시돼 있다. 팔찌, 시계, 안경, 머리 밴드, 목걸이, 반지, 복대, 의복, 양말, 클립, 깔창, 브래지어 등 그 유형은 실로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은 핏비트(Fitbit)로 대표되는 손목 밴드 형태의 활동량 측정계(activity tracker).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의 초기부터 강자로 군림해오고 있는 핏비트는 최근 애플, 샤오미 등과의 경쟁 격화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기는 했지만 2015 2분기까지 여전히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웨어러블 제조사로서는 첫 번째 상장이었을뿐만 아니라 총 7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유치하면서 소비자 가전제품 업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IPO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최근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동향을 보면 전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몇 가지의 발전 방향을 따르고 있다.

 

● 체내에 삽입하거나 피를 내는 등의 침습적(invasive)인 기기에서 비침습적(non-invasive)으로

● 불연속적(non-continuous) 측정에서 연속적(con

tinuous) 측정으로

● 버튼을 눌러야만 측정하는 기기에서 항시 측정으로

 

이에 따라 과거에는 걸음 수, 활동량 등의 일반 건강 데이터만 측정했다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점차 질병 및 의료와 관계된 데이터까지 그 측정 범위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활동량 측정계나 스마트 워치는 대부분 심박 수 측정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핏비트 서지, 애플워치, 죠본 업4 ) 심전도를 가슴에 부착하는 패치(ZIO)나 밴드 형태(Multisens) 혹은 팔목에 차는 밴드 형태(Nymi)의 기기로 측정하기도 한다.

 

커프로 팔을 압박하는 과정 없이 혈압을 잴 수 있는 손목 밴드 형태의 기기도 개발 중이며(휴이노, Quanttus), 당뇨병 환자들이 손가락에 피를 내지 않고서도 혈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도록 스마트 콘택트렌즈(구글), 복대(C8 Medisensor) 등 다양한 무채혈 혈당측정계의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구글은 최근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하면서 기존의 사업 및 연구개발 부서를 자회사로 독립시키기로 결정했다. 그 주요 목적 중의 하나가 이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하는 구글 라이프 사이언스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한 복약을 모니터링하고 복약 기록을 남길 수 있게 하는먹는 센서는 이미 개발됐으며(Proteus Digital Health), 피부전기활동성(EDA)을 측정해 간질을 예측할 수 있는 손목 밴드(Empatica)도 개발 중에 있다. 사용자의 걷는 자세를 인지해 자세를 교정해주는 손목 밴드(Zikto)도 있다.

 

 

이렇게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지만 현재 대세가 되기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몇 가지 존재한다. 사용자의 효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 지속적으로 꾸준히 사용하는 사용자가 적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속적인 사용률(engagement)이 낮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의 컨설팅사 엔데버 파트너스(Endeavor Partners)의 조사에 따르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구매한 후 6개월이 지나면 지속적으로 웨어러블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절반 정도에 그치며 시간이 흐르면 그 수치는 더 떨어진다.

 

지난 6월 핏비트가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공개한 자료에서 구매자 중에서 활발하게 사용하는 이용자로 전환되는 비율을 보면 시장 1위 제품인 핏비트 역시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모든 웨어러블 제조사들이 인지하고 있는 문제다. 업체들은 UX디자인의 개선, 보험 상품과의 연계, 인공지능의 활용, 경쟁을 통한 동기 부여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3. 개인 유전 정보 분석

디지털 기술은 유전 정보의 분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큰 인류의 큰 업적 중 하나로 꼽히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는 인류 최초로 한 사람의 전체 DNA 서열을 분석하는 것이 목표였다. 전 세계 여러 나라가 협력한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13년이라는 시간과 27억 달러라는 막대한 자원이 투입된 결과 2003년에 완성됐다.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유전체 서열 분석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비용은 크게 줄어들었다. 그 결과 현재는 한 사람의 유전체 서열을 알기 위해서는 하루 정도의 시간과 단돈 1000달러 정도의 비용밖에 필요하지 않다. 유전체학 분야의 염원 중의 하나였던천 달러 게놈의 시대가 이미 도래한 것이다.

 

국내의 경우 개인 유전정보 분석 서비스는 아직 그리 활성화돼 있지 않지만 미국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유전 정보를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서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는 23andMe, 패스웨이 지노믹스(Pathway Genomics) 등의 기업들이 개인 소비자들에게 유전 정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분석 항목은 암, 심장 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발병 위험도부터 음식, 약물, 운동, 조상 등에 대한 분석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 기업들은 대부분 전체 유전 정보가 아니라 질병 등 주요 항목들과 연관된 부분의 DNA만 분석함으로써 분석 가격을 대폭 인하해 서비스의 대중화를 유도했다. 이런 서비스를 활용해 자신의 유전 정보를 분석한 사람들은 미국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전 부인이었던 앤 워짓스키(Anne Wojcicki)가 창업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23andMe는 지난 6 100만 번째 고객을 확보했다. 또 필자가 최근 패스웨이 지노믹스의 샌디에이고 본사에 방문해 들은 바로는 이 회사는 지금까지 수십만 명 규모의 사용자를 분석했다고 한다.

 

의료뿐만 아니라 모든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특정 개인 소비자의 특성을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진화한다. 진정으로 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DNA에 새겨진 유전 정보만큼 가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유전 정보는 해당 환자에게 어떤 약이 효과가 있고 부작용이 적을지, 용량은 어떻게 조절할지 등을 판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필요한 물건이나 취향까지 파악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유전 정보는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로 측정된 개인의 건강 데이터와 결합했을 때 더욱 강력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개인들이 자신의 유전 정보를 분석하고 보유 및 활용하는 것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과 각국의 정부가 이 데이터를 얻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23andMe와 패스웨이 지노믹스는 각각 구글과 IBM이 투자한 기업들이다. 구글은 이와 별개로 클라우드 인프라에 유전체 데이터를 저장 및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인구글 지노믹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 5 테크놀로지 리뷰>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 조차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대형 병원들과 협력해 유전 정보 분석에 관련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몇몇 정부도 이미 유전 정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선도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올해 1월 말정밀 의료 이니셔티브(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의 출범을 선언했다. 오바마는 2016년까지 2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정밀 의료의 구현을 위한 과학적, 제도적, 산업적 투자를 시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목표 중 하나가 바로 100만 명의 자발적인 참여자를 모집해 유전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이었다. 또한 영국 정부는 2013년 시작한지노믹스 잉글랜드 (Genomics England)’ 프로젝트를 통해 자국민 10만 명을 목표로 유전정보의 분석을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도 자발적인 사람들만이 참여하며, 원하면 언제든지 참여를 철회할 수 있으며, 분석 결과는 높은 보안 수준을 갖춘 국가의 데이터센터에서 관리된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디지털 헬스케어의 구현을 위한 첫 번째 단계인 데이터의 측정은 대표적으로 스마트폰 센서를 이용한 앱, 웨어러블 디바이스, 유전 정보 분석 등을 통해서 이뤄진다. 갈수록 이렇게 얻은 데이터의 양이 많아질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의료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도 및 안전성이 향상되고 있다.

 

특히 이런 데이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향후 의사와 병원의 역할도 변화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를 활용하며 병원이나 고도의 의료기기가 없이도 많은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거나 의료 전문가가 부족한 개도국의 보건을 위해서도 최근 활용 방안이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다.

 

데이터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디지털 헬스케어 구현의 두 번째 단계는 이런 데이터를 통합해 해당 사용자 혹은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대한 완성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인 유전 정보의 분석에 의해서 각기 측정된 데이터는 모두 개별적인(silo) 데이터로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이 조각난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합해 관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1.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다. 현재 헬스케어 플랫폼은 대표적인 글로벌 IT 회사인 애플, 구글, 삼성이 모두 같은 시기에 진출을 선언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애플은 헬스키트(HealthKit), 구글은 구글 핏(Google Fit), 삼성은 SAMI라는 플랫폼이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서 얻은 헬스케어 및 의료 데이터를 이런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플랫폼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플랫폼에 연동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렇게 통합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헬스케어 플랫폼은 단연 애플의 헬스키트라고 할 수 있다.

 

애플에 따르면 현재 이 개방형 플랫폼에는 900가지 이상의 서드파티 앱과 디바이스가 연동돼 있으며, 이들로부터 얻은 70가지 이상의 헬스케어 데이터를 헬스키트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다.(그림 3) , 현재 시장에서 이용 가능한 디바이스와 센서들은 (사용자가 동의하기만 한다면) 대부분 애플의 플랫폼에 연동해 데이터를 업로드/다운로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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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이런 플랫폼에 연동된 앱과 디바이스는 데이터를 업로드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다른 앱/디바이스가 플랫폼에 업로드한 데이터를 다운로드받아서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다이어트 식단 관리를 해주는 앱은 별도의 활동량이나 걸음 수, 혈압 및 혈당 데이터 측정 기능이 없지만 헬스키트에 다른 기기와 앱에 의해 업로드된 이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제는 모든 종류의 데이터가 모든 앱에 의해서 접근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자들은 (남들에 의해서도 측정 가능한) 새로운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이 모든 데이터를 활용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소비자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를 줄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애플 헬스키트가 다른 경쟁 플랫폼과 차별되는 또 다른 부분은 의료 시스템과의 연계다. 헬스키트를 통해 개인 사용자들이 축적한 건강 데이터는 병원의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통해 미국 내에 있는 대형 병원들에까지 전송됨으로써 의료 서비스와도 연계된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있는 환자에게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병원에서는 이를 미리 감지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다. 이렇게 환자의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측정되며 병원으로 전송된다는 것은 만성 질환 등 질병 관리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선도 병원들은 빠르게 이 헬스키트 플랫폼을 받아들이고 있다. 2014 6월 헬스키트 발표 당시, 의료 혁신과 디지털 기술의 도입에 선도적이었던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을 비롯한 미국의 여러 대형 병원들과의 연계를 발표했다. 이후 2014 9월 말 스탠퍼드와 듀크대가 각각 소아 당뇨병 환자와 심혈관계 질환 환자의 관리를 위해 헬스키트의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15 2월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선도병원 23개 중에서 14개 병원이 이미 헬스키트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헬스케어 플랫폼과 의료 시스템과의 연동은 선도 진입자의 혜택(first-mover advantage)이 큰 시장이다. 선도적인 플랫폼이 먼저 병원으로 진출해서 EMR과 통합되는 시스템을 안정되게 구축해놓으면 병원 조직과 의료 체계의 특성상 후발 경쟁자가 진입해서 이 시스템을 교체할 여지는 별로 없다. , 국내 대기업들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wer) 전략은 이 시장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이미 애플의 헬스키트 플랫폼이 미국의 대형 병원 시장을 차근차근 장악해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국내 대기업의 골든 타임은 이미 끝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2. 클라우드 인프라

헬스케어 데이터의 수집 및 통합을 위해서 필요한 또 다른 요소는 바로 클라우드 인프라다. 인간이 살아가는 행위 자체가 여러 가지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움직이고, 걷고, 뛰고, 숨쉬고, 먹고, 자고, 약을 복용하고, 심장이 뛰는 모든 과정이 결국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과거와의 차이점이라면 예전에는 의미 없이 버려졌던 데이터들이지만 이제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모든 데이터가 측정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인류가 가진 데이터의 양은 5년마다 10배씩 증가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든 끝없이 쏟아내는 거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 및 저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클라우드 컴퓨팅 외에는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의료 데이터를 클라우드 인프라에 업로드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의료법 시행 규칙 제16 3항에 따르면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EMR을 안전하게 관리·보존하기 위해 갖춰야 할 장비는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아니한 백업저장시스템을 포함한다. 의료법 제23조에도 전자의무기록을 안전하게 관리/보존하기 위한 장비로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아니한 백업저장시스템에 관한 언급이 있다. 이를 유권 해석해 클라우드에 EMR 등의 의료 데이터의 업로드가 금지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시대착오적 규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다양한 IoT 센서들에 의해서 연속적으로 측정된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하고, 인지 컴퓨팅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의료기기나 병원 서비스로 연계되기 위해서는 결국 클라우드에 이런 데이터가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클라우드에 의료 데이터가 올라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 모든 프로세스가 유효하지 않은 상황이다. 2013 LG유플러스와 의사협회가 의원급 클라우드 EMR의 공동 개발 역시 관련 규제에 따라서 제동이 걸렸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의료 정보가 클라우드에 보관되는 것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구현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미국에서는 이에 기반한 서비스 및 관련 생태계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의 EMR 업체인 프랙티스퓨전(Practice Fusion) 11만 명 이상의 의사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데이터 실시간 공유를 통해 미국 전역에 약 처방 및 질병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또한 지난 4 IBM 왓슨헬스는 보안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각종 건강/의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디지털 헬스케어를 구현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는 측정 및 통합한 데이터를 이제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앞서 데이터의 범람(data overload)에 대해서 지적한 바 있지만 이렇게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저장한 후에 어떻게 분석하며 건강 관리와 질병 예방, 치료를 위한 인사이트를 얻을 것인가 하는 부분은 더욱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헬스케어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바로 인간의 두뇌를 이용하는 것과 기계의 두뇌, 즉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결국에는 이 두 가지의 분석 방법이 모두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1. 인간의 두뇌: 병원과 의사의 새로운 역할

먼저 기존의 방식대로인간의 두뇌로 헬스케어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향후 병원과 의사 모두 새로운 역할이 요구될 것으로 생각한다. 병원은 일종의 데이터 분석 센터와 같은 역할이 새롭게 필요하게 될 것이며 의사들 역시 이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과학자로서의 역할도 추가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간단한 프로그래밍이나 통계와 관련된 역량도 필요하다.

 

하버드 메디컬 스쿨에서는 올해 초 바이오메디컬 인포매틱스(Biomedical Informatics) 학과를 신설한 바 있다. (바이오인포매틱스는 컴퓨터와 통계적인 방법을 활용해 방대한 생물학/의학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한다.) 또한 최근 아주대 의과대학은 통계학 분석 패키지인 R 교육을 정규 커리큘럼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의과대학에서도 이런 교육과 연구가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기존 의사들의 재교육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는 데이터의 분석에만 집중하는 의사들도 나타날 것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원격 의료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외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경우에는 단순히 데이터를 측정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의사의 원격 진료와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이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고막 등의 이상을 관찰하는 CellScope 서비스의 경우 귓속을 동영상으로 녹화해 의사에게 전송하면 수시간 내로 해석을 텍스트와 전화로 받아볼 수 있다. 또한 심전도를 측정하는 AliveCor 역시 개인이 측정한 심전도 데이터를 의사에게 전송하면 24시간 내로 해석을 받아볼 수 있다. 아직 이런 서비스는 다소 제한적이지만 향후 이런 모델이 확대된다면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를 전담해 해석하는 의사와 시스템이 필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대개의 개별 의사들은 너무 바쁘고 이 모든 데이터를 직접 볼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이 없다. 따라서 병원은 병원 밖에서 쏟아지는 환자들의 데이터를 헬스케어 플랫폼과 연동함으로써 병원 내부 시스템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며, 이를 일선 의사들의 진료 프로세스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2. 인공 지능: 결국은 가야 할 길

결국 기존 방식만으로 이런 방대하고 복잡 다단한 헬스케어 데이터를 분석하고 숨겨진 통찰을 발견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결국 최근 많은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인공지능을 의료 데이터의 분석에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SF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터미네이터어벤져스같은 영화에 등장하는강한 인공지능(strong artificial intelligence)’이 도래하기까지는 아직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약한 인공지능(weak artificial intelligence)’의 초기 형태는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일단 기계에게 문제를 푸는 방법을 학습시킬 수 있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또한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과적으로 학습시킬 수 있는 알고리즘이 필요하며, 이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적 기반도 필요하다. 현재 인류는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최초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인공지능의 구현을 위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이 현재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가 다름 아닌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다. 현재 상용화된 대표적인 인공지능은 IBM 왓슨이다. (다음 장 DBR Mini Box ‘인지컴퓨팅 기술로 인한 헬스케어 산업 변화참고.) 왓슨은 2011년 미국의 유명 퀴즈쇼제퍼디!’에서 인간 챔피언들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후에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에 들어가서 폐암 환자의 진료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방대한 규모의 의학 저널, 임상 시험 결과, 가이드라인, 케이스 스터디 등의 데이터를 모두 학습하고, 이를 근거로 환자를 진단하겠다는 것이다.

 

왓슨은 이후로 의학의 다방면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2013 10월부터는 세계 최대 암센터인 MD앤더슨에 도입돼 백혈병 환자의 진단을 돕고 있으며, 신약 임상 시험을 도와주거나, 암 환자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도출하고, 신약을 위한 새로운 표적 후보 물질을 찾아주기도 한다. 모두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함으로써 인간이 분석 능력을 대신하거나 보완해나가고 있다.

 

국내 병원에서 왓슨의 도입에 대한 논의는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3월 한국 IBM에도 왓슨 사업부가 생겼으며 2015 7월에는 IBM 본사의 왓슨 담당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국내의 주요 병원들과 협력 방안을 활발하게 논의했다. 왓슨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므로 병원 측에서 투자 대비 얻을 기대 효과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겠지만 이런 부분들이 명확해진다면 국내 병원들도 왓슨을 도입할 시기는 그리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왓슨만이 유일하게 의료 분야에 적용되는 인공지능인 것은 결코 아니다. 딥 러닝(deep learning)이 발달하면서 음성인식, 이미지 처리 등 기계학습 분야의 오랜 난제들에 돌파구를 찾게 됐고, 이는 고스란히 의료 데이터 분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 페이스북 등이 개발한 페이스넷, 딥페이스 같은 알고리즘은 이제 인간보다 인간의 얼굴을 더 정확하게 인지한다. 구글이 개발한 또 다른 알고리즘은 사진에 담겨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그 상황을 텍스트로 설명까지 할 수 있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이미지 데이터 분석을 사람보다 더 잘하게 된다면 영상 의료 데이터 등의 분석에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인공지능을 영상의학과나 병리학과의 데이터 분석이나 판독에 활용하기 위한 시도는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국내에도 뷰노(vuno), 루닛(Lunit), 스탠다임 등 세계적인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영상의학이나 병리학 데이터를 자동으로 정확하게 분석하는 솔루션의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뷰노가 최근 서울아산병원과 미만성 간질성 폐질환(DILD)의 영상의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간 의사의 정확도를 능가하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또 한 가지 트렌드는디지털 병리학자의 부상이다. 병원에서 암 조직검사를 하게 되면 이 조직이 암인지, 악성인지, 양성인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 병리학과 전문의들이 현미경을 통해 눈으로 검사를 하게 된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바뀌지 않은 프로세스다. 하지만 최근 스탠퍼드가 발표한 C-Path 알고리즘은 유방암 데이터에 대해서 6000가지 이상의 기준에 따라서 정확하게 판독하며 더 나아가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판독 기준을 발견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헬스케어 플랫폼의 데이터와 개인 유전정보를 통합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시도 역시 시작되고 있다. IBM 2014 11월 샌디에이고의 개인 유전정보 분석 기업인 패스웨이 지노믹스에 투자하면서 이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애플 헬스키트에 통합돼 있는 각종 헬스케어 데이터와 핏비트에서 얻은 데이터(웨어러블 디바이스의 1위 기업인 핏비트는 애플 헬스키트 생태계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플랫폼을 고집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GPS 데이터, 그리고 패스웨이 지노믹스의 개인 유전정보 데이터를 모두 합하겠다는 것이다. 이 통합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인에게 맞춤 건강 조언을 주는 역할은 바로 IBM 왓슨이 맡았다.

 

 

패스웨이 지노믹스가 연내 미국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이오미(OME)’ 서비스의 시연을 보면 왓슨은 사용자의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 건강 조언과 계획을 세워준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왓슨에게내가 오늘 무슨 운동을 하고,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하고 질문을 던지면 사용자의 최근 활동량, 음식 섭취 등의 건강 데이터, 유전 정보, 현재 위치 등을 고려해근처의 센트럴파크에 가서 2㎞ 정도를 달리고, 그 근처에 있는 A 카페에 가서 설탕이 없는 커피를 마시는 것을 권고한다는 등의 조언을 주는 것이다. 운동을 하거나 음식을 섭취한 후 같은 질문을 던지면 새로운 데이터를 반영해 왓슨은 업데이트된 조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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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해야 할 과제들

 

이런 장밋빛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헬스케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새로운 기술 발전과 혁신은 언제나 기존 체계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고, 새로운 이슈가 제기되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생겨난다. 사람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디지털 헬스케어 역시 예외는 아니며 기술 혁신의 혜택을 소비자와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숙제들에 대한 현명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1. 더 많은 근거가 필요하다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더 철저한 의학적인 검증과 근거(evidence) 마련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분야의 투자 규모의 성장에 비해서 관련 논문이나 연구 결과의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을 정도의 적은 환자를 대상으로 했거나 의료계에서 받아들일 만큼의 철저한 임상 연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연구도 있다.

 

기술의 성격과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단순 건강 관리가 아닌 질병을 직접적으로 다루거나 의료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 현재보다 더 많은 의학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 기존 의료 기기나 치료법 대비 안전할 뿐만 아니라 효과가 동등하거나 더 낫다는 점을 철저하게 요건을 갖춘 임상 시험과 근거 축적을 통해서 보여줘야 한다.

 

많은 경우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와 서비스는 직간접적으로 의료용 목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아직도 많은 의사들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정확성 및 유용성 등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들을 설득하고 기존 의료 체계 속으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도입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근거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2. 규제의 합리화와 명확화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및 서비스가 도출됨에 따라 기존의 규제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거나 명확하지 않은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다. 규제는 그 속성상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기술에 발맞춰 최대한 규제를 합리화하고 명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규제가 너무 느슨하면 검증되지 않거나 위험한 기술이 남용돼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반대로 규제가 너무 강하면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의 적용이 너무 늦어져서 오히려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할 소지도 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새로운 기술의 사용 목적 및 리스크에 따라서 규제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규제의 합리화뿐 아니라 명확화도 중요하다. 명확하지 않은 규제나 일관적이지 않은 규제의 적용은 기술 발전의 동인을 크게 저해한다. 예를 들어, 최근 웰니스 기기와 의료 기기의 구분 기준 논란이 있었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헬스케어 기술이 쏟아져 나오면서 의료용과 일반 건강 관리용을 어떠한 기준으로 구분할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규제가 불명확하다는 것은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큰 리스크 요인이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 FDA가 관련 가이드라인이나 규제를 신설하면 그에 대응해 한발 늦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국민들이 기술의 발전에 따른 혜택을 늦게 받지 않도록 선도적이며 합리적인 규제의 개선이 필요하고 업계의 목소리에도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3. 데이터, 누구의 소유인가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측정, 공유, 전송 및 해석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이 과정에서 많은 주체들이 개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해당 데이터는 누구의 소유인가 하는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어,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측정한 데이터가 스마트폰 내부에 저장됐다가,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전송되며, EMR을 통해서 병원으로 전송되고, 이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받았다고 하자. 이 데이터에 대해서는 환자, 웨어러블 기업, 플랫폼 기업, EMR, 병원, 보험사 중 누가 어느 정도의 소유권 및 접근권을 가질까? 아직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이 없거나 국가별로 (미국에서는 각 주별로) 다른 답을 내어놓고 있다.

 

가장 이상적으로는 모든 소유권을 사용자/환자 본인이 가지는 것인데 아직까지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에릭 토폴 박사는 <네이처>에 기고한 논문에서 환자의 데이터가 환자 본인의 소유가 돼야 함을 역설한 바 있다. 결국 소유권이 확실해야만 그 데이터를 이용한 산업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정립될 필요가 있다.

 

4. 프라이버시 및 보안 이슈

헬스케어 및 의료 데이터는 민감한 개인 정보 및 의료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프라이버시와 보안이 당연히 중요하다. 신체 및 정신 건강 상태, 라이프스타일, 위치, DNA 정보 등이 유출될 경우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체내에 삽입한 페이스메이커나 인슐린 펌프 등이 해킹 가능하다면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특히 모든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는 사용자 본인에게 어떠한 데이터가 측정 및 저장되며, 이 데이터에 누가 접근할 수 있고, 향후 활용될 수 있는지에 관해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동의서를 받는 부분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더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각종 센서들에 의해서 측정되는 여러 종류의 데이터 및 유전 정보의 경우 어디까지를 개인 정보로 규정할 것인지도 아직 모호한 문제다. 데이터를 완전히 익명화한다고 할지라도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조합해서 분석하면 그 개인이 누구인지 식별하거나, 역추적할 수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비식별정보라고 하더라도 잠재적 결합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개인 정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비식별화 및 잠재적 결합가능성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DBR Mini Box

 

 

인지컴퓨팅 기술로 인한 헬스케어 산업 변화

헬스케어 분야의 문헌 정보는 3년마다 두 배로 증가하고 있고, 매년 70여 만 건의 논문이 등재되고 있다. 디지털 형태로 기록되는 데이터도 엄청나다. 전자의무기록의 환자 데이터와 유전자 정보, 건강을 위해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로부터 생성되는 데이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폭증하고 있다. 거대한 데이터를 다루고 디지털화된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은 한계가 있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다루는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자주 인용되는 사례가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이다. 왓슨은 2011년 미국의 유명한 퀴즈 쇼인제퍼디(Jeopardy)’에 출전해 역대 최다 우승자 및 최고 득점왕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컴퓨팅 역사의 전환점을 알린 바 있다. 이후 헬스케어, 금융, 고객서비스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활약을 펼쳐왔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특히 암 관련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미국 뉴욕 주에 있는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Kettering Cancer Center·MSK)와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한 MD 앤더슨 암센터에서는 진료지원 및 임상연구를 위해 왓슨을 사용하고 있다.

 

왓슨은 특히 전문가 영역에서 활용가치가 높다. 인간의 전문 지식을 향상시키고, 초보자도 전문가처럼 전문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컴퓨터를 통해 인간 의사가 짧은 시간에 높은 수준의 전문지식을 확보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를 예측할 때 가장 빈번히 언급되는 서비스 중 하나인 왓슨의 적용 원리와 사용 사례들을 소개한다.

 

왓슨의 서비스 흐름

왓슨의 능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은 세 가지다. 첫째는 자연어를 이해하는 기술이다. 둘째는 추론을 통한 가설을 생성하고 검증하는 기술이다. 셋째는 지속적으로 학습해 전문지식을 발전시키는 기계학습 기술이다. 왓슨은 이 세 가지 기술로 전문지식을 학습하고, 추론을 통해 객관적이며 과학적으로 인지된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해답을 찾아 제시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암 관련 수십만 건 이상의 사례와 42개 이상의 의학전문 저널의 전문지식을 학습해 폐암, 유방암, 대장암과 결장암에 대해 개인맞춤형 암 진단지원 서비스를 의사에게 제공한다.

 

전형적인 왓슨 헬스케어 서비스의 흐름을 보자. 우선 의사가 시스템에 로그인한 후에 진료해야 하는 환자를 선택하고, 그 환자의 전자의무기록을 익명화해서 왓슨에게 보낸다. 왓슨은 환자 데이터의 내용을 이해하고 분석해 진단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인덱스를 정리해 화면에 보여준다. <그림 1>과 같다. 수술을 마친 암환자의 경우 수술이 정상적으로 잘됐다는 것을 병리판독결과를 통해 이해하고 의사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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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의사는 암 진단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검사 등 각종 검사 결과와 측정 수치들을 입력한 후 왓슨에게 자문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면 왓슨은 암 관련 정보가 담긴 네트워크인 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과 해당 암 센터가 보유한 치료법 데이터베이스에서 환자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 후보를 찾아내 보여준다. <그림 2>와 같다. 그리고 이 치료법 후보를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도 <그림 3>과 같이 정리해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치료법과 근거에 대한 신뢰도를 계산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도출해 의사에게 추천한다. 추천된 치료법은 치료 일정, 치료법에 대한 과학적 근거 문헌, 독성 및 안정성에 대한 유의점이 같이 정리돼 있다. 의사는 정리된 내용을 확인한 후 어떤 치료법이 적합한지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고, 환자를 진료할 준비를 마친다.

이런 서비스의 흐름은 각 나라별로 다를 수 있지만 기본은 같다. 앞서 말한 바 있는 세 가지 핵심 기술을 적용한 인지컴퓨팅 시스템이 바탕이다. 사용처에 따라 맞춤형 구성과 학습을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서비스 내용이 차별화되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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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 인지컴퓨팅의 헬스케어 적용 사례

왓슨은 현재 헬스케어 산업에서 현재 세 가지 패턴으로 사용되고 있다.

 

1) 참여(engagement) 패턴

참여 패턴은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가 모두 의료 행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지니MD(GenieMD)사는 왓슨을 활용해 헬스케어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가 마치 전문가에게 문의하듯이 질문하면 모바일 앱에서 수집한 그 질문자의 건강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답변을 제공한다. 예들 들어, 와파린을 복용 중인 뇌졸중 환자가 아스피린의 복용 가능 여부를 질문한다면, 이 개인적인 맥락을 이해해 매우 위험하다는 답변을 근거와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헬스케어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 패스웨이 지노믹스(Pathway Genomics)는 왓슨의 인지컴퓨팅을 패스웨이 파노라마(Pathway Panorama)라는 자사 앱에 적용했다. 이 앱에서 헬스케어 관련된 문의를 하면 웨어러블 기기에서 얻어진 인체 데이터와 건강정보 지식을 바탕으로 답변과 근거지식을 제공한다. 이때 환자의 유전자 분석 정보까지 같이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2) 발견(discover) 패턴

두 번째는 새로운 발견을 도와주는 발견(discovery) 패턴이다.

 

미국의 메이요병원(Mayo Clinic)을 찾는 중증 암환자들에게는 표준 치료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 수많은 임상시험이 시도되고 있다. 인체에 유효성과 안전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약물과 치료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선별적으로 적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연구 중심 병원은 과반수 이상의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적용하므로 적용대상과 임상시험의 내용이 적절히 매치되도록 연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왓슨은 방대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하고 각각의 환자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임상시험이 무엇인지 찾는다. 그 과학적 근거 및 부작용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시한다. 의사는 진료 시점에 이 데이터와 추천을 근거로 개별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형 치료를 결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병원뿐 아니라 제약사나 임상시험 수탁기관이 새로운 약물에 대한 임상시험을 할 때 그 목적에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는 데도 왓슨을 쓸 수 있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 결정(decision) 패턴

세 번째는 임상 진단과 같이 최적의 결정을 도와주는 결정(decision) 패턴이다. 암센터의 전문의가 암환자 맞춤형 처방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앞서 설명한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 MD 앤더슨 암센터, 그리고 태국 범룬그라드 국제병원과 뉴욕게놈센터 등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태국의 범룬그라드 국제병원은 대표적인 의료관광 병원으로 연간 110만여 명의 환자 중 절반 이상이 190여 개국에서 방문하는 외국인이다. 이 병원에서 암 치료를 위해 왓슨은 메모리얼 슬론-케터링(MSK) 암센터와 NCCN의 가이드라인, 그리고 의학 논문 등의 방대한 의학지식을 학습하고, 이 학습된 지식을 기반으로 범룬그라드병원의 의사들이 환자를 위한 가장 적합한 개인 맞춤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치료법을 추천한다.

 

왓슨을 개인 맞춤 의료에 적용하면서 유전체학(genomics)과의 조합도 주목받고 있다. 유전체 검사가 저렴해지고 용이해져서 암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적 변이를 발견하고 그에 상응하는 정밀 치료가 가능해졌다. 다만 한 사람의 유전체 정보가 100GB 이상이고, 관련된 전문지식 역시 방대하므로 이런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진단하기 위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이 문제다. 이는 일반적으로 전문의가 진행할 경우 수주일은 족히 걸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왓슨 인지컴퓨팅은 분 단위 수준으로 소요 시간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 인간 유전자의 변이를 찾고 치료법, 임상연구, 연구논문, 특허정보 등의 전문지식을 검토해 유전체 분석 결과와 연관된 약물 후보를 발견해 준다.

 

뉴욕게놈센터는 유전체 분석에 기반한 의료 서비스 제공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왓슨을 활용한 유전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공격적 형태의 뇌암인 교모세포종에 대한 유전체 분석 기반 치료법 개발에 왓슨의 도움을 받고 있다. 교모세포종은 미국에서만 한 해 13000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아가는 악성 뇌종양의 일종이다. 암을 유발하는 유전적 원인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양 변이에 맞는 맞춤형 치료 혜택을 받고 있는 환자들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진이 유전체 분석 기반 치료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치료 방법도 부족하다.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자료와 5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는 의학 학술지, 새로운 연구 결과와 임상 기록 간의 상관 관계를 찾아야만 한다. 뉴욕게놈센터와 IBM의 왓슨 공동연구 프로그램은 이런 복잡한 과정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패턴과 의료 데이터를 파악해 의료진에게 통찰력을 제시해준다.

 

이처럼 IBM 왓슨은 크게 세 가지 패턴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공헌하고 있다. 앞으로 왓슨과 같은 인지 컴퓨팅 기술이 헬스케어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배영우 한국IBM 상무 ywpae@kr.ibm.com

 

최윤섭 성균관대 휴먼ICT융합학과 교수 yoonsup.choi@gmail.com

 

필자는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했고 동 대학원 시스템생명공학부에서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스탠퍼드대 방문연구원, 서울대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 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 연구소 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성균관대 휴먼ICT융합학과 교수 및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이미 시작된 미래>가 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블로그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19호 App Economy 2017년 2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