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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구상도 공급자 아닌 사용자 관점에서

215호 (2016년 1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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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원 김치원
Article at a Glance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도 플랫폼 비즈니스 열풍이 불고 있다.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소비자와 다수의 의료/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자를 연결시켜서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한다. 환자에게 적절한 의사를 소개해주는 원격진료 플랫폼 텔라닥, 사용자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주고 이 데이터를 모아서 익명으로 기업에 판매하는 23andMe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야 한다.

1. 헬스케어는 방대한 영역이다. 비즈니스를 질병/사용자 연령 등 의미 있는 단위로 쪼개서 버티컬 플랫폼(vertical platform)을 제공하라

2. 같은 질병이나 니즈를 가진 사용자라 하더라도 개인마다 요구사항이 다를 수 있다. 개인별 맞춤화가 가능한 큐레이션 플랫폼을 제공하라

3. 환자는 궁금한 것이 많다. 문자, 음성 등을 이용한 대화형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라



편집자주

디지털 기술이 의료, 바이오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한 바 있는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장이 5회에 걸쳐 디지털 헬스 산업의 변화와 대응전략을 제안합니다.



‘플랫폼’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과 함께 ‘시대의 키워드’가 됐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회사 내부에서 일관적인 프로세스를 거쳐서 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들어내던 소위 파이프라인 비즈니스와 달리 외부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한 빠른 성장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장벽이 낮아졌다. 그 결과 개인이 운전 서비스 혹은 숙박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큰 성공을 거뒀고 이에 따라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애플과 구글이 각각 헬스킷(Healthkit)과 구글핏(Google Fit)을 만들었고 이외에도 여러 기업들이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일반적인 플랫폼의 분류 기준 및 발전 과정에 대해서 살펴본 후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발전 과정을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네트워크 효과의 이해

플랫폼의 핵심인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네트워크 효과는 다른 사람이 참여함으로써 기존 참여자가 느끼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전화를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개별 전화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영업사원은 첫 번째 전화기를 판 사람이다’라는 말이 이 점을 잘 보여준다.

네트워크 효과는 간접 효과와 직접 효과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직접 네트워크 효과는 같은 종류의 사용자가 느끼는 것으로, 앞서 말한 전화기 사용자와 같은 경우를 말한다. 간접 네트워크 효과는 이와는 달리 다른 종류의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해당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가 늘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우버 서비스에서 운전기사가 늘어날수록 탑승객이 느끼는 가치가 늘어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교차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간접 네트워크 효과는 여러 사용자 집단이 서로에 대해서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어느 한쪽만 이런 효과를 느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버나 카카오택시의 경우 승객과 운전사 모두 서로에 대해서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는 반면 신문의 경우 광고주는 독자에 대해서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지만 독자는 광고주가 많아진다고 해서 얻는 편익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즉, 간접 네트워크 효과는 두 방향 이상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플랫폼의 분류

네트워크 효과의 종류에 따라서 플랫폼을 분류해보자. <그림 1>과 같은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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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생각해볼 것은 네트워크 효과가 없는 플랫폼도 있다는 것이다. 2009년 발표된 논문1 에서 언급된 제품 플랫폼(Product platform)이 여기에 해당한다. 동일한 자동차 뼈대를 사용해 서로 다른 자동차를 생산하거나 인텔의 칩을 서로 다른 컴퓨터 회사들이 컴퓨터에 장착하는 것, 인공지능 IBM 왓슨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직접 네트워크 효과만 있는 경우는 커뮤니티 성격이 강한 것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커뮤니티형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로 초기의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이 있다. 일반 사용자들이 많아질수록 이들이 느끼는 가치가 늘어나는 구조다. 이때 페이스북의 경우 조금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일반 사용자라고 묶어서 다루었지만 사용자의 역할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용자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글을 쓰면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면 소비자가 된다. 따라서 이 경우 엄밀하게는 간접 네트워크 효과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반 사용자들은 성격이 유사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직접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서만 생각해봤다.

간접 네트워크 효과는 한 방향으로만 작용할 수도 있고 여러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우선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경우는 앞서 말한 신문에서 광고주와 독자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광고주가 있는 다른 산업도 비슷하다. 구글 검색 엔진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구글 검색 엔진은 처음에는 플랫폼이 아니라 뛰어난 검색 능력을 가진 하나의 웹 서비스로 시작했고, 사용자가 많아진 다음에야 구글이 광고주를 끌어들였다. 사용자는 검색엔진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구글을 사용할 뿐 네트워크 효과를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광고주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큰 가치를 느끼게 된다. 이런 경우를 단방향 양면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다.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여러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플랫폼이다.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다. 승객이나 숙박객이 많아질수록 운전수 혹은 숙소 제공자가 느끼는 가치가 늘어나고 반대로 운전수나 숙소 제공자가 많아질수록 승객과 숙박객이 느끼는 가치가 늘어나게 된다. 이런 경우를 다방향 양면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다.

다방향 양면 플랫폼을 만들 때 문제가 있다. 서로가 상대편의 존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쪽이 먼저 들어오기 전에 다른 쪽을 끌어들이기 힘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우버의 경우 운전수가 있어야 승객이 참여할 것이며 반대로 승객이 있어야 운전수가 참여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플랫폼에 들어올 여지가 높은 쪽을 먼저 끌어들이는 것이다. 플랫폼이 잘 운영됐을 때 더 많은 가치를 느끼는 쪽, 즉 플랫폼을 통해서 얻게 될 이익이 더 큰 쪽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나중의 이익을 위해서 지금 어떤 가치나 자원을 투자할 의향이 크기 때문에 플랫폼에 먼저 참여하려고 할 것이다. 우버의 경우 운전수, 에어비앤비의 경우 숙소 제공자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경우 기업이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아직 플랫폼이 만들어지지 않아 제공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것보다는 기업의 참여를 설득하는 것이 쉬울 것이라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플랫폼의 진화 방향

지금까지 플랫폼의 종류에 대해서 살펴봤다. 플랫폼이 한 가지 종류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이 발전함에 따라서 다른 종류로 진화할 수 있다. <그림 1>에서 빨간 화살표로 표시한 것이 이런 점을 보여준다. (단, 화살표는 전체적인 방향을 의미하며 플랫폼의 실제 진화 순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가 없는 제품 플랫폼으로 시작한 것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네트워크 효과를 갖출 수 있다. 구글의 모바일 운영 체제인 안드로이드의 경우 스마트폰 업체들이 손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제품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이후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스마트폰의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구글 플레이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폰 앱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서 스마트폰 사용자와 앱 업체들이 서로 간에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게 돼 다방향 양면 플랫폼으로 변화했다.

다른 제품 플랫폼도 비슷한 변화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있다. 인텔의 칩이나 고어텍스 섬유는 그 우수성을 인정한 컴퓨터 회사들과 의류 회사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소비자가 뛰어난 성능을 인식하고 인텔 인사이드와 같은 광고 캠페인을 통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또 소비자가 인텔 칩이 내장된 컴퓨터나 고어텍스 섬유로 만든 제품을 선호하게 되면서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생겨난다고 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의 가장 큰 경쟁자인 아이폰의 경우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아이폰과 그 운영체제인 iOS는 애플이 독점 제작한다. 따라서 처음 아이폰이 나왔을 때 이는 플랫폼이 아니라 하나의 제품이었다. 이후 음악 등 콘텐츠를 거래하는 아이튠스와 앱을 거래하는 앱스토어가 자리를 잡으면서 강력한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갖추게 됐다. 아마존이 만든 음성 스피커 비서 제품인 에코 역시 이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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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 카카오의 경우 처음에는 커뮤니티형 플랫폼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페이스북 페이지나 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 좀 더 전문적인 콘텐츠가 제공되고 게임 기능, 광고가 붙으면서 차례로 단방향 및 다방향 양면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구글 검색 엔진 역시 다른 모습으로 변해왔다. 구글 검색 사용자가 늘어나서 검색 횟수가 많아지면 검색 엔진의 검색 능력이 개선되고 속도가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직접 네트워크 효과가 생겨난다고 볼 수 있다. 또, 구글의 광고가 점점 더 개인 맞춤형으로 제시되면서 소비자가 광고를 정보로 인식하게 돼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다방향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플랫폼이 진화하는 모습을 볼 때 눈에 띄는 것은 많은 플랫폼이 서로 다른 과정을 거치면서 궁극적으로는 다방향 양면 플랫폼 성격을 갖추는 쪽으로 변해간다는 점이다. 네트워크 효과 가운데 다방향 간접네트워크 효과가 가장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개별 플랫폼별로 생각해보자. 제품 플랫폼은 최종 사용자와 접점이 없기 때문에 잘못하면 다른 경쟁 제품과 차별화되지 못하고 쉽게 대체 가능한 하나의 범용 상품(commodity)이 돼 버릴 가능성이 있어 최종 사용자의 인지도를 높여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 간다. 커뮤니티형 플랫폼의 경우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단방향 간접네트워크 효과만 있는 경우에는 플랫폼에 돈을 지불하는 광고주가 있기 때문에 수익 구조는 양호하나 소비자를 더 강하게 붙잡아 두려는 목적에서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여러 방향으로 키울 필요를 느끼게 된다.

이렇게 다수 플랫폼의 최종 종착지가 다방향 양면 플랫폼이라는 사실에서 또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은 여러 플랫폼의 현재 모습은 비슷하지만 각자 다른 형태로 시작해서 다양한 경로를 밟아서 발전해온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일반화하기에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많은 플랫폼들이 처음부터 양면시장으로 시작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플랫폼 전반에 대한 분류틀 및 발전 방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분류 - 다방향 양면 플랫폼

<그림 2>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앞서 플랫폼 전반에 대해서 살펴봤던 것처럼 대부분의 플랫폼이 다른 영역을 넘나 들면서 진화했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같은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은 다방향 양면 플랫폼에 속하는 것들에 국한된다. 여기에 속하는 것이 원격진료 회사인 텔라닥(Teladoc)과 헬스탭(HealthTap), 그리고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를 수집하는 플랫폼인 발리딕(Validic)과 2ne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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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이자 최대의 원격진료 회사인 텔라닥은 원격진료를 하고자 하는 의사와 진료를 받고자 하는 환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의사들이 텔라닥과 같은 회사를 통해서 원격진료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원격진료가 보편화되지 않아 의사가 기존에 알고 있던 환자 가운데 원격진료를 원하는 환자가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즉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서이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는 간편하게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다양한 보험회사가 있고 가입자마다 보험 적용 범위가 다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사들은 진료 외에도 보험 청구에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 원격진료 회사는 이를 해결해준다. 만만치 않은 액수가 들어가는 의료사고 보험도 텔라닥이 대신 가입해준다. 원격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의 특성상 비교적 단순한 문제를 가진 환자가 많기 때문에 의료사고가 생길 가능성 자체가 적고 손쉽게 진료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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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점 때문에 원격진료 플랫폼의 중요한 축인 의사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때 진료라는 일종의 고급 서비스를 팔아야 하는 텔라닥 입장에서는 의사들이 주도권을 갖게 되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 의사가 같은 환자를 반복적으로 진료해 관계를 구축한 다음에 이들을 데리고 수수료를 적게 받는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텔라닥은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의사들의 영향력을 줄이고 대체 가능한 상품(commodity)으로 만들려는 의도일 수 있다. 흥미롭게도 텔라닥은 이렇게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 평소에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1차 진료 의사와 장기적인 관계하에 진료를 받는 것이 맞기 때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원격 진료 플랫폼의 또 다른 축인 보험회사와 환자의 입장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보험회사가 원격진료를 사용하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되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보통 예약을 하고 1∼2주 뒤에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당장 의사를 보기 원하면 응급치료클리닉(urgent care clinic) 혹은 응급실을 가야 한다. 이들 시설은 수백에서 수천 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환자들이 저렴한 원격진료를 통해서 진료를 받으면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편리함이 장점이다.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진료 신청 후 평균 10분 이내에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1∼2주씩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때 환자 입장에서는 직접 만나지 못하는 의사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가질 수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의 경우에는 사용자와 공급자가 서로에 대해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플랫폼 내에서 자율적으로 신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원격진료에 대해서는 이것이 쉽지 않다. 의료 전반이 그렇듯 원격진료 역시 ‘신용재’이기 때문이다. 신용재는 사용을 해봐도 평가하기가 힘든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사용해보면 평가가 가능한 ‘경험재’나 사용하지 않고 주위에 잘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평가가 가능한 ‘탐색재’와 구별된다. 의료에서도 환자는 의사가 얼마나 좋은 진료를 했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따라서 환자의 평가에만 맞기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에 텔라닥을 비롯한 원격진료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원격진료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의사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또한 진료 내용을 녹음, 녹화해서 이 중 1%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사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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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딕은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헬스케어 제품이 수집한 데이터를 모아 이를 필요로 하는 기관에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는 건강 증진 프로그램의 일종인 웰니스 프로그램(Wellness Program) 운영 기관이나 의료기관 등이 있다. 소비자의 동의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회사(디지털 헬스케어 기기 판매자)와 회사(웰니스 프로그램, 의료기관)를 연결해주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2억 명 이상의 소비자가 사용하는 270개 기기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소비자의 동의를 받아서 카이저 퍼머난테(Kaiser Permanente) 같은 의료기관, 서너(Cerner)와 같은 전자의무기록 회사 및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존 행콕(John Hancock)과 같은 보험회사에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제약회사의 임상 시험이나 미국 정부의 정밀 의료 프로그램(Precision Medicine initiative)과도 연결한다. 대부분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 일반 사용자와 회사 간의 연결에 집중하는 반면 발리딕은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와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관을 연결시키는 데 집중한다는 차이가 있다.

발리딕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가 측정한 디지털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결한다. 최근에는 아날로그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공개했다. 바이털스냅(VitalSnap)이라는 이름의 기술로 혈압계 등 인터넷으로 연결되지 않은 장비의 측정 결과를 사진으로 찍으면 이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해서 수집해준다. 데이터 연결 대상을 기존의 디지털 기기에서 아날로그 의료기기로 확대함으로써 소비자와 기관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해 플랫폼의 가치를 높였다.

앞서 다방향 양면 플랫폼은 어느 쪽을 먼저 참여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원격진료 회사와 같이 비즈니스(의사)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경우 앞서 살펴본 바와 마찬가지로 플랫폼에 참여함으로써 추가 수익과 같은 가치를 얻을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 쪽을 먼저 참여시키는 것이 수월하다. 발리딕과 같이 비즈니스와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경우는 어떨까?

발리딕은 처음에는 웰니스 프로그램을 도와주는 서비스로 시작했으며 그 일환으로 참가자의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 데이터를 모으는 기능을 제공했다. 그런데 고객사들은 서비스 자체보다 데이터 수집 기능에 큰 관심을 보였고 이후 그 기능을 분사시켜 현재는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으로 더 유명하다. 즉 발리딕은 제품이 만들어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기 회사보다 웰니스 프로그램을 먼저 참여시키게 된 셈이다. 그런데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 회사들 역시 이런 플랫폼에 큰 가치를 느낄 것이다. 웰니스 프로그램에 채택되는 경우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활동량 측정계의 대명사인 핏빗(Fitbit)의 경우 이러한 B2B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도 하다.

즉, 양쪽 모두 플랫폼에 참여할 유인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어느 쪽이 더 큰 가치를 느낄지는 불확실하다. 즉, 발리딕과 같은 역사를 거치지 않은 회사가 이와 같은 B2B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새로 시작하려는 경우 어느 쪽을 먼저 끌어들여야 할지 알기가 힘들다. 발리딕의 과금 체계를 보면 더 많은 가치를 느끼는 쪽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발리딕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를 만드는 회사로부터 돈을 받지 않으며 데이터를 끌어가는 쪽에만 과금을 하고 있다. 즉, 발리딕의 사례를 보면 양쪽 가운데 웰니스 프로그램과 같은 데이터 사용처가 더 많은 가치를 느낀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디지털 헬스케어에서의 다방향 양면 플랫폼에 대해서 살펴봤다. 이제 다른 형태로 시작한 플랫폼들이 여러 영역을 거치면서 진화하는 모습을 살펴보자.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분류와 진화 방향

1. 우선 비헬스케어 플랫폼에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발전해온 경우를 살펴보자. IBM 왓슨의 경우 그 자체로는 네트워크 효과가 없는 제품 플랫폼이다. 이런 기반 기술을 항암 치료 방침 결정이나 당뇨 환자 관리 및 의료 영상 판독과 같은 구체적인 헬스케어 영역에 접목해 헬스케어 제품 플랫폼 성격을 가지게 됐다. 항암 치료의 경우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와 엠디 앤더슨 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와 협력해 왓슨 항암 서비스(Watson oncology)를 만들었고 당뇨병과 관련해 의료기기 회사인 메드트로닉(Medtronic)과 제약회사인 노보노디스크를 파트너로 끌어들임으로써 향후 다방향 양면 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헬스케어 영역 밖에서 제품 플랫폼에서 다방향 양면 시장으로 발전했는데 여기에 구글 핏 플랫폼을 더해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진출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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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음으로 비헬스케어 제품으로 시작해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발전한 경우를 살펴보자. 아이폰은 제품으로 시작해 비헬스케어 영역의 다방향 양면 플랫폼으로 발전한 다음 헬스킷(HealthKit)이라고 하는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을 더해 이제는 하나의 헬스케어 플랫폼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아마존의 음성 비서 에코 역시 아이폰과 비슷한 경우로 볼 수 있다. 에코는 웨어러블 기기인 핏빗과 연동되고 보스턴 소아병원에서 만든 소아 증상 관리 앱인 KidsMD와 연결된다. 구글 검색엔진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시작해 비헬스케어 영역에서 직접,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모두 가진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구글은 2014년에 건강과 관련된 단어를 검색한 사람들 중 일부에게 원격진료를 제공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후 정식 프로그램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검색 결과와 연계해 원격진료를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3. 헬스케어 제품으로 시작해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발전한 대표적인 경우로는 활동량 측정계의 대명사인 핏빗, 개인 대상 유전자 분석회사인 23andMe와 피트니스 기록 플랫폼인 맵마이피트니스(MapMyFitness)가 있다. 23andMe는 의사 처방 없이 개인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초기에는 질병 위험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제공하다가 이후 FDA로부터 금지당했다. 지금은 상염색체열성(Autosomal Recessive) 질환의 보인자(carrier, 비정상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병이 발현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선별 검사에 대해서 허가를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회사는 처음에는 999달러에 개인들에게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로 시작했다. 이후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어 검사 가격을 99달러로 낮추어 사실상 손해를 보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데이터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이후 익명화된 유전자 데이터를 제약회사에 판매하고 있다. 이때 개인은 데이터를 구입하는 제약회사로 인해 직접적으로 얻는 것은 없지만 제약회사는 23andMe에 검사를 의뢰하는 개인이 많아질수록 느끼는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만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23andMe는 한발 더 나아가서 외부 회사들이 23andMe에서 유전자 분석을 받은 개인의 동의를 얻어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API를 공개하고 있다. 즉, 다방향 양면 플랫폼으로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특정 인종과 성별을 가진 사람이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 사이트가 생겨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향후 흥미로운 서비스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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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마이피트니스(Mapmyfitness)는 대표적인 피트니스 앱으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운동량을 기록할 수 있는 운동 일기장으로 시작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발전했고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과 연계되면서 다방향 양면 플랫폼의 성격을 갖게 됐다. 핏빗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활동량 측정계라는 제품으로 시작해서 사용자들이 핏빗 앱을 통해 서로의 운동량을 보면서 교류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앱과 데이터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해줬다.

4.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헬스케어 플랫폼 내에서 다른 형태로 발전해온 경우다. 대표적인 사례는 페이션츠라이크미(Patientslikeme)다. 주로 희귀병 환자들이 모여 자신의 건강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증상이 일반적인 것인지, 또 어떤 약이 잘 듣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같은 병을 가진 환자들이 가입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환자들이 느끼는 직접 네트워크 효과가 커지게 됐고, 더 많은 환자들이 가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를 통해 축적한 환자 데이터를 익명화해서 제약회사나 연구기관에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발생시켰다. 또한 임상시험을 운영하는 기관들을 끌어들여 아직 테스트 중인 신약을 사용해볼 기회를 얻기를 원하는 환자들과 이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하기를 원하는 기관을 연결시켜준다. 즉,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시작해 점차 단방향 및 다방향 양면 플랫폼의 성격을 갖췄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정리해보면 몇 가지 흐름이 보인다. 첫째, 앞서 일반적인 플랫폼에 대해서 살펴봤던 것과 마찬가지로 헬스케어에서도 많은 플랫폼들이 최종적으로 다방향 양면 플랫폼으로 발전해간다. 이는 일반적인 플랫폼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익 확보와 사용자들의 록인(lock-in) 효과를 노린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둘째, 비헬스케어 영역에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진출하는 경우 대개 비헬스케어 플랫폼 혹은 헬스케어 제품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본 경험을 쌓은 이후에 그렇게 하고 있다. 즉, 비헬스케어 제품만을 만들던 회사가 바로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려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여기서 모든 종류의 플랫폼을 다 검토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헬스케어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한번쯤 이런 측면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S-Health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는데 앞서 살펴본 회사들의 사례들을 보면 아직 비헬스케어 플랫폼 혹은 헬스케어 제품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그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위의 그림에서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과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생각해볼 만한 것은 아직 압도적인 강자가 없다는 점이다. 사용자 수나 데이터 연결 건수와 같은 자료가 없기 때문에 이를 증명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는 없지만 이들 플랫폼이 생겨난 이후 이전에 비해서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가 크게 늘어나거나 업체들이 더 큰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게 추정할 수 있다. 애플 헬스킷과 구글 핏이 등장하면서 이들이 단숨에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선점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이며 구글과 애플이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 아이튠스 등을 통해서 비헬스케어 모바일 영역에서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한 것과 차이를 보인다.



제언: 버티컬 플랫폼, 개인 맞춤형 플랫폼을 제공하라

아직 압도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자체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거나 업계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형태로 플랫폼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 중 전자는 헬스케어 업계 자체의 보수성과 헬스케어 비즈니스 구조의 복잡성, 예를 들어 사용자(환자), 사용 여부 결정자(의사), 지불자(보험)가 모두 다르며 이들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는 플랫폼을 넘어서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현재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들이 소비자의 니즈에 맞추기보다는 막연히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과 소비자를 엮어준다는 플랫폼의 형태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즉, 아직 소비자 맞춤형 플랫폼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헬스케어처럼 일반 사용자가 이해하기 힘든 영역에서 이는 중요한 문제다. 과거 구글이 야심 차게 시작했던 구글 헬스(Google Health)와 같은 개인 의무 기록(Personal Health Record) 서비스들이 실패했던 원인 중 하나도 사용자들이 다양한 정보 가운데 무엇이 중요한지를 파악하고 의미를 얻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 의무 기록을 병원에서 사용하는 전자 의무 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의 연장이라고 생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전자 의무 기록은 병원에서 의료진이 업무 시간에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정보가 모여 있어도 의료 전문가들이 어렵지 않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의학적인 지식이 부족하고 개인 의무 기록 사용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는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시스템일 뿐이다.

소비자 맞춤형 플랫폼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우선, 헬스케어라는 영역이 지나치게 방대하기 때문에 전부를 커버하기보다는 비즈니스를 의미 있는 단위로 쪼개서 버티컬 플랫폼(Vertical Platform)을 제공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플랫폼이 아무리 크고 많은 것을 다룬다고 해도 개별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진 문제와 관련된 것만 필요할 뿐 나머지는 군더더기일 뿐이다. 예를 들어 구글 핏은 피트니스라는 특정한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자신과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플 헬스킷은 피트니스부터 질병 관리까지 모두를 다루려고 하기 때문에 다수의 소비자들은 오히려 자신과 무관한 것으로 간주해버릴 가능성이 높다.

버티컬 플랫폼이 집중할 수 있는 대상으로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질병 단위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의료비를 발생시키는 당뇨병을 다루는 플랫폼이 가능하다. 당뇨병의 경우 약물 복용이나 저혈당과 같이 질병자체에 대한 관리뿐만 아니라 식사나 활동량과 같은 생활습관, 심부전이나 신부전과 같은 합병증에 대한 관리가 모두 필요하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서 당뇨병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제품과 앱을 사용해야 한다. 이때 사용자들에게 다양한 제품을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이 가치가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경우로 자녀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을 도와주는 플랫폼을 생각해볼 수 있다. 열났을 때의 관리, 발달 상태 점검 등 부모가 신경 써야 하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제품을 모으면 자녀 건강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플랫폼 사용자(부모)와 건강 관리의 대상이 되는 사람(자녀)이 다르기 때문에 부모가 자신의 건강 데이터와 자녀의 데이터를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 가치가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18∼35세의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이들의 미용, 건강 관리를 도와주는 플랫폼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이어트, 피부 관리, 생리 주기 관리 앱 등을 모으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질병 관리보다는 웰니스 영역에 집중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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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컬 플랫폼의 관점에서 애플의 헬스케어 플랫폼이 변해온 과정을 짚어보자. 애플이 처음 발표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인 헬스킷은 피트니스부터 환자 관리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넓은 영역을 커버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모바일 의학 연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연구 플랫폼인 리서치킷(Researchkit)과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앱 제작에 익숙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손쉽게 환자 진료를 위한 앱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인 케어킷(CareKit) 플랫폼을 차례로 내놓았다. 당뇨병과 같이 특정 질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기관에서 환자 진료를 도와주는 영역으로 집중해 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의료기관에서의 활용이라는 영역도 하나의 플랫폼으로 커버하기 힘들 정도로 넓기 때문에 좀 더 세분화된 영역별로 쪼개어 나가는 것이 여전히 필요하다.

버티컬 플랫폼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플랫폼 형태로는 개인별 맞춤형 플랫폼이 있다. 의학 지식이 없는 사용자가 따로 선택하지 않아도 그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서 보여주고 현재 상황에서 사용하면 좋은 앱을 추천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된 플랫폼이다. 의사가 앱을 처방하고 환자는 그 앱을 쓰는 세상이 언젠가 오겠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향후 상당 기간 앱을 큐레이션해줄 수 있는 기능이 꼭 필요할 것이다. 의사가 앱을 처방하게 된다고 해도 큐레이션 기능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헬스케어 앱, 특히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앱의 경우 사용자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필요한데 사람마다 행동이 바뀌는 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약을 처방할 때 보통 환자의 나이, 성별, 질병의 종류와 같이 쉽게 드러나는 변수에 따르지만 헬스케어 앱은 행동 패턴이나 성격과 같이 쉽게 파악하기 힘든 요인에 따라서 처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의사가 환자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최적화된 앱을 처방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대신해주는 주체가 필요할 수 있다. 아마존닷컴이나 넷플릭스가 소비자의 구매 이력에 따라서 새로운 제품을 추천해주는 것과 비슷하다.

앱을 추천하는 것을 넘어서 사용자에게 중요한 데이터를 편집해서 보여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일 꼬박꼬박 1만 걸음 이상을 걷는 사람이라면 굳이 첫 화면에 걸음 수를 보여주기보다는 식사 상태 등 더 중요한 데이터가 나타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에 진단받은 당뇨 초기 환자로 혈당이 높지 않아서 체중 감량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한 경우에는 혈당보다 식단 조절이나 운동과 관련된 화면이 우선 뜨도록 할 수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플랫폼에 속한 앱이 측정한 데이터뿐만 아니라 앱의 핵심 기능이 바로 플랫폼에서 노출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앱의 핵심은 측정한 데이터보다는 이를 바탕으로 한 조언 혹은 행동 변화 알고리즘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앱 개발사는 플랫폼에는 데이터만 노출되도록 하고 자사의 앱을 사용할 때에만 핵심이 되는 부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에 수많은 헬스케어 앱을 까는 것도 부담이지만 각각의 앱에 들어가서 서로 연관 없는 건강 관련 조언을 따로따로 확인하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다. 따라서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준다면 만성 질환 관리에서 중요한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힘이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에 참여한 회사들에 이를 강요하기 힘들겠지만 소비자 편의를 생각한다면 언젠가 앱의 핵심 기능이 바로 노출되는 형태의 플랫폼이 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개인 맞춤형 플랫폼은 대화형 플랫폼이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개인별 큐레이션은 사용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파악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에 당뇨병과 같이 지속적인 관리를 할 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다 한번씩 생기는 의학적 문제들은 그때그때 그에 대한 답을 찾는 식으로 정보를 얻는 게 더 편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서 플랫폼에 내장된 인공지능이 앱이나 다른 자료를 검색해 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페이스북과 구글이 인공지능 기반의 대화형 서비스인 챗봇(채팅 로봇)을 발표하고 있다. 당장은 쇼핑 상담 등 비교적 단순한 영역을 중심으로 사용될 것이다. 하지만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조교로 사용했을 때 대다수의 학생들이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몰랐을 정도로 챗봇에 적용되는 인공지능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의료와 같이 복잡한 영역에 접목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미 비접촉성 체온계를 만드는 국내 스타트업인 써모케어가 IBM 왓슨을 활용해 열난 상황에 대한 대처를 돕는 대화형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때 인공지능이 자체적으로 답변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도 있고 플랫폼에 연결된 앱을 검색해서 답변만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화형 플랫폼은 굳이 애플 헬스킷 플랫폼이 수집한 데이터를 보여주는 헬스(Health) 앱이나 삼성 S-health와 같이 별도의 앱 형태를 띨 필요가 없을 것이며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같은 기존 메신저 안에서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음성 대화의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아마존이 만든 대화형 서비스 제품인 에코는 이미 헬스케어 앱을 통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코는 사용자가 말로 지시하면 그날의 날씨를 알려주거나 음악을 틀어주는 등 음성 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회사들이 에코를 위한 앱을 만들어서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핏빗 앱과 보스턴 소아병원에서 만든 소아 건강 상담용 앱인 KidsMD 두 가지 정도밖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더 많은 건강 관련 에코 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또 필요로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헬스케어의 특성상 다른 영역의 플랫폼에 비해서 플랫폼 관리자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한 도메인에서 2∼3개 이상의 플랫폼이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구글 핏과 애플 헬스킷이 등장한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 더 이상 의미 있는 플랫폼이 나타나기 힘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이는 성급한 결론이다. 소셜미디어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최초의 소셜미디어가 아니었던 것처럼 선점 효과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제품을 경쟁자보다 빨리 내놓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애플이나 구글도 수많은 인재들이 의미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경쟁이 되겠지만 아직 후발주자들이 그리 늦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후발주자들이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랫폼을 내놓고 판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 원장 doc4doc2011@gmail.com

필자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 보건대학원 보건정책관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내과 레지던트 수련을 마친 후 맥킨지 서울사무소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의료관리학과 임상 조교수로 옮겨 병원 전략을 수립하고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헬스케어 사업을 자문했다. 현재 서울와이즈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인 눔의 전략 및 의학 자문을 맡고 있다. 저서로 <의료, 미래를 만나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모든 것>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19호 App Economy 2017년 2월 Issue 2 목차보기